2023년 이후 암호화폐 시장이 AI, RWA, 디파이 등 다양한 테마로 분화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프로젝트는 여전히 과장된 수익 약속과 탈중앙화 포장을 통해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바로 ‘HEX(헥스)’다.

HEX는 자체적으로 “블록체인의 첫 고정 수익형 예금 플랫폼”이라고 주장하며, 최대 연 38%의 이자 수익을 내세워 빠르게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 내부 구조와 운영 주체, 자금 흐름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면서, HEX는 사실상 ‘디지털 폰지(Ponzi)’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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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X는 어떤 코인인가?

HEX는 2019년 말 리차드 하트(Richard Heart)라는 인물이 개발한 이더리움 기반 토큰이다. 공식적으로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보완하는 예치형 수익 시스템’이라고 소개됐으며, 이더리움 주소에 HEX를 스테이킹(staking)하면 일정 기간에 따라 이자를 지급받는 구조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스테이킹 기간이 길수록 높은 이율 제공
  예를 들어, 1년 예치 시 약 10%, 5년 이상 예치 시 30~38%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 이자를 신규 발행 토큰으로 지급
  즉, 기존 투자자의 이자는 새롭게 발행되는 HEX로 충당되는 구조다.
• 출금 시 위약금 부과
  스테이킹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이자뿐 아니라 원금 일부도 손실된다.

이러한 구조는 일견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신규 참여자 유입이 전제된 지속 불가능한 시스템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핵심 인물 리차드 하트에 대한 논란

HEX 프로젝트의 실질적 운영자인 리차드 하트는 과거에도 여러 사업 실패 전력이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본명은 Richard Schueler이며, 과거에는 스팸 광고, 자가 추천형 제품 판매, 조기 퇴직 프로그램 등 다단계 성격이 강한 사업에 관여해왔다.

그가 공개한 유튜브 영상이나 인터뷰에서는 HEX에 대한 강한 확신과 함께 비트코인을 공격하는 발언이 반복되며, 커뮤니티 내에서는 ‘이단적 인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하트는 HEX를 통해 모은 자금 일부를 PulseChain, PulseX 등 추가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거대한 내부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금 세탁과 내부 생태계 유지를 위한 허위 플랫폼”이라는 의심을 제기했다.

HEX는 디파이인가, 폰지인가?

HEX는 기술적으로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한 예금형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기존 투자자의 수익이 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충당되는 폰지 구조를 지닌다.

특히 다음과 같은 지적들이 지속 제기돼 왔다.

• 투자자 수익은 신규 토큰 발행에 의존
  HEX의 ‘이자’는 실질적인 생산이나 수익 창출 없이 새로 발행된 토큰으로 지급된다.
• 출금 막는 구조
  HEX는 스테이킹을 유도하면서 출금 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만들었고, 중도 출금 시 페널티를 부과하여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막는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 거래소 상장 문제
  대형 거래소에는 거의 상장되지 않았으며, 대부분 소규모 DEX에서 거래됐다. 유동성이 제한된 시장 구조에서 가격 급등락은 내부 운영자에 의한 조작 가능성까지 배제하기 어렵다.

SEC의 제재와 미국 내 법적 조사

2023년 7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HEX 프로젝트 및 리차드 하트를 정식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SEC는 HEX가 미등록 증권에 해당하며, 투자자에게 수익을 약속한 구조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SEC는 다음과 같은 핵심 사항을 지적했다.

• HEX 발행을 통한 최소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 모집
• 하트 본인이 모금된 자금으로 고급 시계, 스포츠카, 명품 등을 사들인 정황
• 투자자에게 지속적으로 허위 과장된 수익 약속 제공

이후 미국 및 유럽 일부 국가의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HEX를 사기성 금융 상품으로 지정하고 투자 유의를 촉구하고 있다.

투자자 피해 사례

HEX에 투자했던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은 2022년 후반부터 시작된 코인 하락장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특히 HEX의 가격은 한때 0.45달러까지 상승했지만, 2024년에는 0.005달러 미만까지 폭락하며 99% 이상의 낙폭을 기록한 바 있다.

스테이킹 해제를 위해 위약금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는, 실제 투자자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현금화를 쉽게 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을 가중시켰다. 피해자 커뮤니티에서는 “탈출할 수도 없고, 기다릴 수도 없다”는 표현이 반복될 정도였다.

결론: HEX는 ‘탈중앙화’의 탈을 쓴 구시대적 금융사기?

HEX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폰지 구조를 자동화하고, 탈중앙화라는 외피로 규제 회피를 시도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겉으로는 화려한 마케팅과 확정 수익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 자금 순환형 모델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SEC의 조사와 규제 강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HEX는 향후 대표적인 디지털 자산 사기의 교본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화려한 수익률 뒤에 감춰진 기초 경제 논리의 부재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