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새해 첫날 한국 블록체인 업계는 충격적인 소식으로 들썩였다. 국내 대표적인 브릿지 서비스 ‘오르빗 브릿지(Orbit Bridge)’를 운영하는 **오지스(Ozys)**에서 대규모 자산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가상자산이 유출되었고, 국내외 디파이 생태계에서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르빗 브릿지란?

오르빗 브릿지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 자산을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 사용자는 예를 들어 이더리움 메인넷의 ETH를 클레이튼 네트워크 상에서 사용하기 위해, 오르빗 브릿지를 통해 ‘oETH’로 전환할 수 있다.
오르빗 브릿지는 이러한 “담보 기반 증서” 발행을 통해 디파이 서비스와 다양한 dApp 생태계를 연결해왔고, 수천억 원 규모의 자산이 그 위에서 유통되고 있었다.

▍사건 개요: 내부 접근 통한 스마트 컨트랙트 조작

사건은 2025년 1월 1일 새벽 발생했다. 외부 침입이 아닌, 내부 관리 시스템의 방화벽이 해제되고 스마트 컨트랙트 권한이 조작되며 대규모 자산 탈취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수의 담보형 토큰인 oETH, oUSDT, oDAI 등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자산이 빠져나갔고, 결국 해당 토큰들은 실질적 가치가 사라졌다.

관련 기사 자료 : https://www.etoday.co.kr/news/view/2330979

▍피해 투자자 사례: “믿었던 김치코인, 한순간에 빚더미”

피해자 A씨(33, 서울 거주)는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서비스에 oETH 형태로 약 8,000만 원 상당을 예치하고 있었다. 그는 “클레이튼 생태계는 국내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신뢰가 갔다. 오지스도 여러 프로젝트에 기술을 제공하던 회사라 안심했는데, 자산이 그냥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디파이 입문 초기에 추천받아 오지스를 알게 됐고, 커뮤니티 분위기도 활발해서 장기 투자로 생각했지만, 해킹 뉴스 이후 지갑 잔고가 0이 되어 있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단지 ‘안타깝다’는 공지만 올라오는 상황”이라며 분노를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단톡방 등을 중심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며, 법적 대응 준비에 나선 일부 커뮤니티는 집단 소송을 위한 변호사 선임도 고려 중이다.

▍상장 거래소의 대응

국내 주요 거래소 중 일부는 오지스 관련 토큰의 입출금을 즉각 중단하고, 일부는 투자유의 종목 지정을 발표했다. 특히 피해 자산과 연동된 클레이튼 기반 토큰들은 가치가 폭락하면서, 관련 프로젝트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쳤다.

투자자 C씨는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거래소가 일정 부분 보호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자산을 맡긴 신뢰의 대가가 이런 식이라면, 누구도 다시는 국내 코인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김치코인 생태계의 치명적 허점

이 사건은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국내 코인 프로젝트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 내부 통제 부재: 프로젝트의 핵심 시스템을 운영하는 개발자나 소수 관리자가 브릿지 시스템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조작할 수 있었던 구조.
• 멀티시그 미적용: 복수 서명이 필요한 보안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이는 국제 보안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 투명성 부족: 프로젝트 측은 사후 대응에서도 정확한 피해 내역, 원인 분석, 재발 방지 방안을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금융 당국과 수사기관의 움직임

사건이 발생한 이후, 금융감독원과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합동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여부, 업무상 배임 또는 횡령 가능성 등도 검토 대상에 포함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디파이 서비스라 하더라도 국내 이용자가 많고, 원화 거래소와 연결되어 있는 이상 책임 소재를 규명할 수 있다”며, 향후 유사한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맺음말: 신뢰 회복을 위한 과제

오지스 해킹 사건은 한국 블록체인 산업에 씻을 수 없는 타격을 남겼다. 한때 기술력으로 인정받던 프로젝트가 내부 통제 실패로 인해 순식간에 투자자 신뢰를 무너뜨리는 현실은, 김치코인 생태계 전체에 경고등을 켜고 있다.

피해를 입은 이들은 단지 돈을 잃은 것이 아니라, 국내 블록체인에 대한 신뢰 자체를 잃었다고 말한다.
지금이야말로, 보다 투명한 운영, 강화된 보안 시스템,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을 통해 업계가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