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숨긴 가짜 탈북자, 동포 신뢰 악용한 암호화폐 사기

2025년 7월, 경기도 시흥에서 발생한 암호화폐 사기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주범 박 모(가명) 씨는 자신을 ‘전직 북한군 출신 탈북자’라고 소개하며 신뢰를 구축한 뒤, 지인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피해자는 현재까지 21명, 피해 금액은 약 10억 원에 달한다.

탈북자 신분 사칭해 커뮤니티 내 접근

사건의 핵심은 정체성에 대한 위장이었다. 박 씨는 10여 년 전 탈북해 국내에 정착한 이력처럼 꾸며 ‘북한 출신 전직 군인’이라는 배경을 강조했다. 초기에는 탈북민 모임과 교회 활동, 지역 커뮤니티 등을 통해 “북한에서도 암호화폐 공부를 했던 사람”으로 입지를 굳혔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한국에서 재기를 위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신뢰를 얻었다. 일부 투자자에게는 ‘북한 인권 운동에 기여할 목적’이라는 감성적인 접근도 병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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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거래소 플랫폼 운영… ‘초기 수익’으로 미끼

박 씨 일당은 자체 개발한 것처럼 보이는 비인가 암호화폐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가상자산 거래를 유도했다. 투자자들은 박 씨가 제시한 앱 또는 링크를 통해 원화를 입금했으며, 플랫폼 내에서 “수익률이 하루 7% 이상 발생한다”는 식의 가짜 데이터를 확인했다.

일부 초기 투자자에게는 실제로 수십만 원 단위의 수익을 인출해주며 신뢰를 심었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 수법으로,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을 앞선 사람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플랫폼은 지난 7월 초 갑자기 접속이 중단됐고, 피해자들은 투자금 전액을 잃었다.

피해자 21명… 탈북민·한국인 혼재

시흥경찰서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총 21건. 이 중 절반 이상은 실제 탈북자들이며, 일부는 박 씨를 돕던 인물로부터 소개받은 한국 일반 투자자였다.
피해자 A씨는 “같은 북한 출신이라는 말에 믿고 투자했다. 수익이 잘 나서 지인까지 권유했는데, 지금은 모두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다른 피해자 B씨는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지만, 본인의 가족 이야기와 남한에서의 고생담을 들으며 마음이 움직였다.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본격화… 계좌 동결 진행 중

시흥경찰서는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피해자 추가 접수를 받는 한편, 가담자 신원 확보와 금융거래 분석을 통해 관련 계좌 일부를 동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탈북자 신분을 사칭한 특수한 케이스로, 피해자 심리가 약해질 수 있는 부분을 이용한 점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해외 도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국제 공조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플랫폼은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 어디에도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며, 공식 금감원 등록이나 사업자 신고 절차도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전문가들 “정서적 접근형 사기 증가, 주의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서 공감형 암호화폐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IT 보안 전문가 윤 모 씨는 “투자 판단에서 기술보다 먼저 인간관계를 보고 결정을 내리는 심리를 악용하는 신종 수법”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가 미흡한 가운데, 신원 기반 접근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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