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요즘 붕어빵에는 관세가 붙냐”

[샷!] “요즘 붕어빵에는 관세가 붙냐”

 

‘국민 간식’ 붕어빵·잉어빵 가격 상승에 아우성

 

‘2천원에 3개’부터 ‘1천원 1개’까지…”이 가격 실화냐”

 

‘성지’는 1인당 구매 제한도…팥 대신 슈크림도 인기

 

편의점서는 즉석붕어빵…’붕어빵 지도’ 앱 10만명 다운로드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기다림은 꼬박 1시간을 채우고서야 끝났다.

 

마침내 매대 앞에 다다라 “1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푸념을 했더니 주인은 “원래 우리 집은 1시간 정도는 기다린다”고 여유만만했다.

 

선택지도 없다. 오로지 팥뿐.

 

심지어 많이 살 수도 없다.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1인당 4천원치(2천원에 3개씩), 6개까지만 살 수 있다는 제한이 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남영역 인근 한 붕어빵 가게에서 마주친 충격적(?) 현실이다.

 

10월 마지막 주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붕어빵의 계절이 시작됐다.

 

그러나 더이상 ‘국민 간식’ 붕어빵은 ‘어디에나’ 있지 않다.

 

쉽게 눈에 띄던 붕어빵 노점은 이제 지도를 보며 찾아가야 할 지경이 됐고 1천원에 5마리가 ‘국룰’이었던 시절은 ‘응답하라 2000년대’ 이야기가 됐다.

 

 

이날 아침 기온이 1도까지 떨어졌던 날씨는 오후가 돼서도 찬바람이 불며 풀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남영역 앞 붕어빵 가게에서는 기다리다 지쳐 줄에서 빠져나가는 이들도 한두 명 있었지만, 대부분 20~30대로 보이는 손님 20여명은 추위에도 가게 바깥으로 이어진 줄에서 끈기 있게 버텼다. 행인이 속속 가세하면서 대기 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2평 남짓한 작은 가게 안에서는 주인이 혼자서 기계 하나로 붕어빵을 쉴 새 없이 굽고 있었다. 한번에 열 마리나 구워질까.

 

사실 이 가게의 정확한 상품명은 ‘찹쌀 잉어빵’이다. 잉어빵은 1998년 등록된 ‘황금잉어빵’ 상표에서 유래했다. 붕어빵과 달리 반죽이 얇고 앙금이 고루 퍼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체로 붕어빵보다 조금 덩치가 큰 경우 잉어빵이라 명명한다.

 

기다림 끝에 찹쌀 잉어빵을 가슴에 안아 든 한 손님은 “서울 3대 붕어빵집이라고 들어 찾았다”며 “먹어 보니 확실히 다른 곳보다 팥이 많이 들어있다”고 호평했다.

 

기자도 긴 기다림 끝에 ‘과연 얼마나 맛이 있길래’ 하는 마음에 구매 한도를 채워 4천원을 내고 6마리를 데려왔다. 다른 집 붕어빵보다 빵빵한 몸통을 한 입 베어 무니 팥앙금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팥이 아낌없이 들어간 데다,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바로 구워주니 따끈해서 추위 속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한때 붕어빵은 찬바람이 불면 쉽게, 싸게 사 먹을 수 있는 간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찾아다녀야 한다.

 

같은 28일 종각에서 새문안로까지 걸어가는 동안 붕어빵 노점은 두 곳 정도 눈에 띄었다.

 

25년 동안 새문안교회 인근 보도에서 호떡 노점을 했다는 60대 구모 씨는 올해는 붕어빵과 어묵을 팔기 시작했다. 붕어빵은 팥·슈크림 구분 없이 2천원에 3개였다.

 

구씨는 “날이 추워야 사람들이 찾으니 어제부터 장사를 시작했다”며 “원래는 호떡 장사를 했지만 올해부터는 붕어빵이 잘 팔릴 것 같아 붕어빵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비싸다는 불만은 없냐고 묻자 “안 그래도 어제저녁 한 노인이 가격을 묻고는 너무 비싸다며 그냥 갔다”며 “예전에는 1천원에 세 마리도 팔았지만, 이제는 2천원으로 가격을 책정하지 않으면 남지를 않는다”고 밝혔다.

 

 

붕어빵의 기원은 19세기 말 일본의 ‘다이야키'(도미빵)로, 당시 일본에서 고급 생선이던 도미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1930년대에 한국으로 전해지면서 도미 대신 붕어를 본뜬 붕어빵이 탄생했다.

 

붕어빵은 1990년대만 해도 한 마리에 200원 정도였다. 1천원 한장에 대여섯 마리를 살 수 있었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에 마리당 가격이 250원으로 오르더니 2010년대 중반에는 마리당 300원~500원이 됐고, 몇년 전부터는 ‘3마리에 2천원’이 자리잡은 분위기다. 다만 붕어빵보다 큰 잉어빵이 보편화됐다. 여전히 ‘붕어빵’이라 통칭하지만 사실은 재료가 더 들어간 ‘잉어빵’인 것이다.

 

최근에는 1마리를 1천원에 파는 곳도 심심치 않게 만난다. 경기도 일산의 번화가인 라페스타나 웨스턴돔 등지 노점상들은 ‘잉어빵 1마리=1천원’이라고 써 붙여 놓았다.

 

대학생 이모(23) 씨는 “몇 년 전 붕어빵을 사먹었을 때는 2개에 1천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요즘 붕어빵 가격은 붕어가 아니라 ‘금’붕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식의 영역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격을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또 정모(24) 씨는 “물가가 다 오르는 마당에 2천원에 3개 정도면 어느 정도 납득은 된다”면서도 “이제는 천원으로 사먹을 수 있는 게 없어졌다”고 푸념했다. 이어 “그리 크지도 않은 일반 붕어빵이 1마리에 1천원씩 하는 경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엑스(X·구 트위터) 이용자 ‘Bya***’는 한 붕어빵 노점의 사진을 게시하며 “붕어빵 가격 실화냐”고 적었다. 사진 속에는 팥 잉어빵 3개 2천원이라는 안내와 함께 슈크림 붕어빵은 3개에 2천500원이라고 적혀 있다.

 

이에 “요즘 붕어빵에는 관세가 붙냐”(‘jju***’)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다른 엑스 이용자 ‘100***’도 붕어빵 1개에 1천원이 적힌 사진을 게시하며 “붕어빵 왜 이렇게 비싸졌냐. 원래 3개에 1천원 아니었냐”고 썼다.

 

네이버 이용자 “lsj***”는 “붕어빵이 겨울 기호품이긴 하지만 저렇게 가격이 오르면 안 사먹고 말겠다”며 “왜 이리 물가가 오르는 건지, 붕어빵도 추억의 음식이 되겠다”고 썼다.

 

 

원재룟값 상승과 낮은 이익률로 붕어빵 노점이 점차 사라지는 가운데 편의점이 붕어빵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본력과 유통망을 갖춘 편의점들이 대규모로 만들어 공급받는 ‘즉석조리 붕어빵’을 매장에서 따끈하게 판매하는가 하면, 일반 포장빵처럼 상온 보관 붕어빵도 판다.

 

‘붕어빵 지도’도 등장했다.

 

생활 플랫폼 당근은 작년 11월 시즌 한정으로 ‘붕어빵 지도’를 오픈해 화제를 모았다. 지역 주민이 직접 붕어빵 노점의 위치 정보를 등록, 수정하고 공유할 수 있는 오픈맵 기능이었다.

 

앱으로 출시된 붕어빵 지도도 나왔다.

 

이용자가 직접 붕어빵과 겨울 간식을 파는 노점의 위치를 기록하는 이 앱은 30일 현재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약 10만 명이 다운로드했다. 한 달내에 방문 기록이 있는 곳만 표시하며, 최근 방문한 이용자가 있을 경우에도 이를 알려준다.

 

 

한편, 붕어빵을 찾아나서는 길에 호떡, 군밤, 군고구마 등 ‘대체제’를 만나기도 한다. 다만 이 역시 물가 상승 등으로 장사가 녹록지 않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30일 동작구 흑석시장 초입의 작은 가게에서는 백발이 성성한 주인이 호떡 주문을 받자 능숙하게 반죽에 흑설탕을 넣고 호떡을 구웠다. 호떡 1개에 1천원.

 

주인은 “이번 가을 호떡 장사는 시작한 지 3일 됐다”며 “날이 더 추워져야지, 아직은 찾는 사람이 많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떡 가격을 1천원에서 더 올리면 누가 사러 오겠냐”며 “남는 건 없어도 부추전이나 옥수수를 같이 팔아서 그나마 매상을 올린다”고 말했다.

 

안국역 앞 군밤 노점은 봉투 크기에 따라 5천~1만원에 군밤을 담아 판다.

 

추석 연휴 끝 무렵 올해 장사를 개시했다는 80대 김모 씨는 “경기가 안 좋은 탓인지 손님이 없다. 요즘은 나이 든 사람들도 군밤을 찾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그럼에도 군밤 한 움큼을 기자 손에 쥐어주며 “한 번 맛보시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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